[논설위원=윤종한 생태평화연구소 소장]
[정치닷컴=이건주]
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지만 밖에 나가 따듯한 날씨를 즐기려는 들뜬 마음보다는 사상 최악을 기록하는 미세먼지를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게 되었다. 정부와 국회에서 연일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세먼지는 계속되고 있고, 최근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중국은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발언을 해 국민들의 마을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사상 최악수준의 미세먼지에 대한 해결을 중앙정부와 중국에게만 맡겨놓고 있기에는 미세먼지가 국민 개개인에게 주는 건강상의 피해는 너무도 심각하다. 따라서 환경문제 해결의 일선에 있는 지자체가 미세먼지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미세먼지에 대응하는 환경법을 집행하고 조례를 제정해 자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이 지자체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최근의 미세먼지로 인한 문제를 지역의 환경정책과 행정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해 녹색도시와 녹색마을 등의 청정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자체 수준에서의 중국과의 환경외교와 국제협력에도 관심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정책문제는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문제는 그 원인이 종합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 문제의 원인을 파악할 때에도 다면적이고 종합적으로 원인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문제의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지자체 수준에서도 미세먼지 문제에 대해 종합적이고 장기적 시각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의 해결책을 찾을 때 주의해야 할 것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점이다. 감정적으로 대응할 경우 속은 시원할 수 있으나 문제의 단편만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요즈음 많은 국민들이 들이 중국발 미세먼지가 원인이라며 분통을 터트리며 중국에 대부분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중국발 미세먼지가 최근 연속되는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이면서도, 그것이 원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점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단편이 아닌 종합적으로 미세먼지 발생의 모든 원인을 파악할 때 장단기적이고 다면적인 대응을 통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세먼지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풍속감소, 중국발 미세먼지의 월경, 그리고 국내발생 미세먼지 크게 세 가지이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석탄과 석유 등의 화석연료의 대규모 사용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풍속감소 문제는 기후변화와 적도부근의 해수온도 변화 현상인 라니냐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므로 면밀하게 기후변화의 어떠한 측면과 경로에서 한반도의 풍속이 감소하여 미세먼지가 흩어지지 않고 적체되는지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노력과 지원을 연구기관과 지자체가 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근본적인 원인은 화석연료의 대량 소비로 인한 오염물질 과다 배출인 것을 인식하고 장기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에너지 수요관리와 효율화에 지자체가 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둘째, 국내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국회에서 노후석탄발전소 가동중단, 노후경유차 교체, 차량2부제, 일반인의 액화석유가스(LPG) 차량 구매 허용 등의 대책이 나오고 있다. 아무리 강력한 정책이 결정되더라도 환경정책의 성과는 정책을 집행하고 산업단지 불법배출 단속 등 규제위반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는 지자체의 역할에 달린 만큼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2000년 이후 지방분권화로 인해 오염물질 배출업소에 대한 단속권이 점차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단속과 적발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난 바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2013년 이후에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소에 대한 지도단속권이 지자체로 이양됨에 따라 국내발생 미세먼지 감축에 지자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할 수 있겠다. 특히 국내미세먼지의 감축은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입증과 효과적인 외교적 대응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인 만큼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째, 중국발 미세먼지는 국제환경정치의 문제로 일차적으로는 중앙정부의 외교적 대응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현대 국제환경정치에서는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영향력도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지자체도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국에 주는 영향과 피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체계적인 증거가 없이는 중국에 대한 외교적 대응이나 협상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중국으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의 감축노력이 더욱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피해가 한국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아니라 중국에서 발생되어 한국으로 넘어온 미세먼지 때문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3년간 중국이 자국의 미세먼지를 40퍼센트 정도 감소한 것을 고려할 때, 한국도 중국에 못지않은 노력이 있을 때 중국에서 미세먼지 감축을 적극적이고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과 피해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축적되면 양자조약이나 다자조약 등의 외교적 및 제도적 해결이나 국제법에 의거한 소송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국제법상으로 “해를 주지 말아야 할(no harm)”의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제법에 호소하는 것은 미국과 캐나다간 중재법정의 판결을 통해 월경성 대기오염 문제가 해소된 사례가 있기는 하나, 과학적 증거입증 뿐 아니라 국제법상 관할권과 상호주의 등의 문제 등으로 인해 용이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중국과의 양자협력이나 동북아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간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인데 동북아 역내에서 중국발 미세먼지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국가는 북한을 제외하면 한국뿐이라 일본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자간 협력체계를 효과적으로 만드는 데는 오랜 시일이 걸리는 문제이다. 그럼에도 과거 인도네시아와의 월경성 대기오염 문제를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의제로 채택시킨 싱가포르의 사례를 참조해 장기적 다자간 협력체계를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중국과의 미세먼지 이동경로에 대한 과학적 조사와 감축방안에 대한 양자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자체는 양자 및 다자협력에서 한국의 피해상황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중국발 미세먼지의 이동경로와 피해상황간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자체의 미세먼지 대응 조례와 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개편하고 국내오염 물질 불법배출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하는 것도 피해상황 입증과 협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자체 수준에서 중국의 자매도시와의 기술협력, 공동연구, 정보와 자료협조, 등을 통해 미세먼지 피해 감소를 위한 직접적인 양자협력을 시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