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당 김종훈 의원은 현대중공업에 물적분할과 일감 몰아주기는 법의 허점을 이용한 것이라며 그 규제범위을 손자회사에 까지 확대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김종훈 의원]
현대중공업은 이미 낸 소집공고에 따라 오는 5월 31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주주총회의 목적은 현대중공업을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으로 쪼개는 “물적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처리하기 위해서이다. 이 물적 분할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지분을 인수하는 절차의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올해 1월에 합의한 바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된다. 그런 다음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은 물론 대우조선해양도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5월 31일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현대중공업의 분할이 결정되지만 정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최종 승인되는 것은 앞으로도 시간이 한 참 지난 뒤의 일이다. 기업결합이 최종 승인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공정위와 주요 나라 경쟁당국의 승인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렇지만 현대중공업은 아직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위한 서류를 공정위에 제출도 하지 않은 상태이다. 물론 외국 경쟁당국에도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을 서두르는 진정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절차의 하나로 물적 분할을 하는 것인가 아니면 물적 분할을 해야 하는 또 다른 별개의 목적을 갖고 있는 것인가? 현대중공업이 기업결합 절차의 하나로 물적 분할을 한다면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난 뒤에 추진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경쟁당국이 기업결합 승인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면 사실상 기업결합 자체가 물 건너갈 수 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이 이렇게 물적 분할을 서두르는 이유는 기업결합과는 별개의 목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중공업은 기업결합이 무산되더라도 어쨌든 물적 분할은 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있는데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을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점이다. 현대중공업 그룹은 현재 경영 승계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재벌들이 그러하듯 현대중공업도 그룹 내 특정회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경영을 승계하려 한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그 특정회사란 정기선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이다. 이 현대글로벌서비스에 일감을 몰아주어 단기간에 급속히 키운 다음 이를 활용하여 승계작업을 추진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경영 승계를 규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의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이 일정 비율(상장회사는 30%, 비상장회사는 2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대해 연 200억 원 이상 또는 연 매출 12% 이상의 일감 몰아주기 거래를 규제한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이 같은 조건에 들어맞지만 현행법의 규제 대상은 아니다. 그 이유는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인데, 현행의 공정거래법은 자회사에 대해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정부가 현재 법안으로 제출해놓은 규제 강화에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자회사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그렇게 되면 현대글로벌서비스는 그룹 내부 거래를 더 이상 확대하기가 어렵게 된다. 이는 단시간에 현대글로벌 서비스를 키우는 계획도 물 건너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일감 몰아주기 강화 법안이 집권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만큼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 승계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에게 이러한 상황은 발등의 불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정부가 제출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법안(공정거래법)은 그 대상을 자회사까지만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가 규제안을 마련할 때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규제 범위를 자회사까지로만 한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손자회사나 증손회사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는 얘기다.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자회사까지로만 한정함으로써 일종의 규제 공백이 생긴 셈인데, 이것이 현대중공업으로 하여금 물적 분할을 부추긴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은 추론을 하게 한다. 곧, 현대글로벌 서비스를 현대중공업 지주의 손자회사로 두려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현재는 현대중공업과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이다. 현대 중공업 물적 분할 이후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이라는 중간지주회사와 현대중공업이라는 사업회사로 나뉜다. 이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지주의 자회사인데, 만약 현대글로벌서비스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로 편입되면 결국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가 되어 일감몰아주기 규제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규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물적 분할 이후 한국조선해양은 유상증자를 한다는 계획인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부분은 현대중공업지주가 그 유상증자 대금을 현대글로벌서비스 주식으로 납부하는 경우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현대중공업지주의 손자회사가 되고 일감 규제도 피할 수 있게 된다.
현대중공업이 물적 분할을 무리해서 추진하는 이유를 외부자가 알기는 쉽지 않다. 다만 현대중공업 그룹이 경영 승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 재벌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일감몰아주기를 통해서 경영 승계를 추진한다는 점,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자회사까지 확대하려고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현대중공업의 물적 분할이 경영 승계와 관련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자회사까지만 미치고 손자회사에 대해서는 미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현대중공업으로 하여금 물적 분할을 다그치는 요인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경영 승계는 다른 주체의 희생을 통해 재벌 후계자에게 부를 몰아주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들은 일감 몰아주기를 경제민주주의 원칙을 해치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로 여겼던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는 자회사를 통하든 손자회사를 통하든 상관없이 규제되어야 한다.
김종훈 의원은 정부가 제출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법안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조만간 손자회사까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