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이 저공해차 보급목표 미달성 기업에 대한 패널티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도입한 ‘저공해차 의무판매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현행 500만원의 벌금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매출 규모를 고려하면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4월부터 저공해차 보급목표 미달성 기업 조치방안 마련을 위한 실무작업반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사진=설훈 의원]
자동차 수입·제조사는 물론 유관협회,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민관 TF(태스크포스)로 4월5일과 19일, 5월 2일과 17일 등 모두 4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달 중으로 세부사항을 확정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에 보고하는 한편 연말까지 대기환경보전법 하위법령 개정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실무작업반에는 사실상 국내 주요 자동차 제조·수입사들이 모두 참여했다. 패널티 부과에 앞서 현장 의견을 취합하고 업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실무작업반 참여 기업은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BMW코리아,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 볼보자동차 코리아, 스카니아코리아그룹,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자일대우상용차, 재규어랜드로버, 타타대우상용차, 한국토요타자동차,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한국닛산, 혼다코리아, FCA코리아, 볼보코리아 등 모두 19개사다. 이 외에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등 유관협회 2곳과 한국생산성본부 등 연구기관도 실무작업반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저공해차 보급 계획량 중 부족분에 대해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환노위는 올들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지난 3월 일사천리로 대기환경보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2020년부터 자동차 수입·제조사에 연간 저공해차 보급계획서를 작성하고 환경부 승인을 받도록 하는 ‘저공해차 의무판매제’ 도입이 핵심이다.
그러나 보급계획 미달성 시 벌금을 500만원으로 정해 ‘반쪽 제도’이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매출액은 96조8126억원으로, 해당 벌금은 글로벌 기업들에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목소리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3월 기업들이 제출하는 보급계획보다 생산·수입하는 저공해차가 부족할 경우 1대당 과징금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심의 과정 끝에 삭제됐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사례도 면밀히 분석 중이다. 환노위에 따르면 미국은 10개주에서 연 판매량 4500대 이상 기업에 의무 판매제를 적용한다. 또 의무판매 비율은 전체 생산량 대비 7%로 2025년까지 22%로 높아진다. 실적 부족분당 5000달러(약 568만원)의 과징금을 부여한다. 캐나다와 중국 역시 올해 각각 6%와 10%의 의무판매비율을 적용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저공해차 의무판매제상 저공해차·무공해차 기준, 대상기업 범위, 유연성 인정방법, 패널티 부과방식 등 세부추진 방안을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협의해 이달 중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 우려를 고려하면 여·야가 다툴 문제가 아니”라며 “정부와 업계, 전문가 의견은 물론 미국·중국 등 해외 사례를 기반으로 실효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