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휴먼리더스=심은영]
국민의힘 이영 의원이 국민권익위원회 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20일, 기획재정부는 권익위에 내부망 이메일을 통해 추석민생 안정대책에 대한 의견을 요구했다. 한시적으로 전통시장에서 명절 선물 구입 시 가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시키자는 내용이었다.
[사진=이영 의원]
이번 추석기간에 한해 농축수산물 선물 가액 기준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기획재정부의 이메일 하나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의 절차를 생략하고 속전속결 처리된 것으로 드러났다.
8월 24일, 권익위는 기재부에 ‘수용불가’ 라고 회신한다. 청렴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야 하고, 직무 관련 있는 공직자 등이 명절 선물을 더 많이 받으려는 의도로 보이며, 법령 개정에는 최소 90일이 소요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기재부에게 회신한 지 14일 후, 권익위는 돌연 입장을 바꿨다. 통상시행령 개정 안건은 분과위원회를 거쳐 전원위원회에 상정되지만, 권익위는 9월 7일, 분과위원회를 생략, 곧바로 전원위원회를 개최했다.
당시 개최된 전원위원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여러 심의위원이 유감과 우려를 표명했고, 의견 대립으로 표결을 원하는 심의위원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행령 개정 안건은 표결에 부치지 않고 의결 처리되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청탁금지법 금품수수 행위 위반으로 총 593명이 과태료, 징계,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 중엔 몇 천원, 몇 만원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받은 사람도 있다. 그동안 엄격한 원칙과 기준으로 운영되던 청탁금지법을 개정하면서 유례없이 절차와 형식을 무시한 권익위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청탁금지법은 국민의 87%가 지지하는 제도”라고 밝히며 “개정의 명분 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도 매우 중요한데, 기재부 이메일 한 통에 권익위가 스스로 정체성을 부정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