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휴먼리더스=이건주]
[사진=김예지 의원]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 보장을 위해 저상버스 보급이 진행되었지만, 버스 내부에 설치된 카드 단말기의 위치가 제각각이어서 시각장애인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 기준 저상버스 도입률은 57.8%로 전체 버스 대비 절반 이상의 저상버스가 도입되었지만, 세부적인 규정 미비로 교통약자의 불편이 커지는 상황인 것이다.
서울 시내버스를 이용해 대방동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을 하는 시각장애인 A 씨는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도 매번 카드 단말기 위치가 다르고 이는 저상버스도 마찬가지라 많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카드 단말기 위치가 매번 다르다 보니 허둥대다가 소지품을 떨어트리거나, 만원 버스에서 타인의 신체에 카드를 태그하거나, 뒷사람이 말도 없이 손을 잡아당겨 카드를 태그해주는 등의 일도 빈번히 발생한다.”라고 어려움을 피력했다.
A 씨는 “카드 단말기를 찾는 도중에 버스가 출발해 넘어질 뻔한 적도 여러 번 있다.”라며 “단순히 저상버스 도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편리한 이용을 위해 카드 단말기를 지정된 곳에 설치하도록 하는 등 세부적인 규정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중도시각장애인의 보행을 교육하는 보행지도사 서재훈 씨는 “카드 단말기 위치가 버스마다 제각각이어서 보행 지도 중에 곤란한 경우가 많다.”며 “보행 지도 시 예상되는 단말기 위치를 알려준 후 그때마다 손으로 더듬어서 카드를 접촉하거나, 앞사람의 카드접촉 소리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거나, 또는 애초에 기사님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교육할 수밖에 없다.”라고 호소했다.
버스 단말기의 색상과 크기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저시력의 시각장애인들 또한 손잡이와 비슷한 색상의 카드 단말기가 매번 다른 위치에 있어서 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단말기의 위치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를 호소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버스 내부와 대비가 명확한 색으로 카드 단말기의 색상을 표시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저상버스 표준모델의 개발을 위하여 차량 크기, 편의시설 등 저상버스 표준모델의 기준을 고시하도록 하였으나, 이 표준모델에 카드 단말기 등 편의시설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저상버스 표준모델 기준 고시의 문제만이 아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은 버스에 설치해야 하는 이동편의시설의 종류를 별표로서 규정하였는데 저상형·일반형·좌석형 시내버스, 마을버스 그리고 시외버스 어디에도 단말기 위치에 대한 항목은 없으며, 동법 시행규칙 또한 단말기 위치에 대한 별표규정이 없어 카드 단말기의 위치가 버스마다 다르고 일부 단말기는 지나치게 높거나 기존 위치에 비해 더 안쪽으로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담당 직원은 “단말기 제작회사와 버스 차량 모델이 다양한데다가 환승·정산 서비스를 위하여 단말기 회사를 선정하는 과정에 지자체가 연관되어 있어, 단말기 위치를 일률적으로 통일하기가 쉽지 않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김 의원은 “저상버스 도입이 증가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규정의 미비로 인해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및 노약자 등 교통약자의 불편이 전혀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국토교통부 저상버스 표준모델에 관한 기준과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의 세부규정에 카드 단말기의 위치, 색상, 정차 스위치의 위치 등을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통일된 설치기준을 제시하여 모든 승객의 편의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