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휴먼리더스=이영호]
간호계가 매주 수요일 국회 앞에서 열고 있는 집회가 이번에는 '70년된 일제의 잔재, 낡은 의료법 폐기하라'를 내용으로 19일 열렸다.
[사진=대한간호협회]
이날 간호법 제정 촉구 수요 집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간호사, 간호대학생들이 참여해 일제의 잔재인 70년 된 낡은 의료법을 버리고 대통령 선거 전에 간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해 11월 간호법 제정 촉구 전국 간호사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두 달 가까이 국회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도 국회 정문 앞과 현대캐피탈 빌딩, 금산 빌딩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당사 앞 등 모두 5곳에서 대형보드와 피켓, 현수막을 이용한 집회를 진행했다.
현재 의료법은 1944년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위해 만든 ‘조선의료령’이 그 시작이다. 그러나 일제가 만든 조선의료령이 제정되기 30년 전인 1914년 우리나라는 ‘산파규칙’과 ‘간호부규칙’을 제정해 ‘간호’란 이름의 독립적 법적 체계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일제는 간호란 독립적 법적 체계를 붕괴시키고 조선의료령을 만들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직군 전부를 하나의 법으로 묶어 놨다. 그 후 조선의료령은 광복 후 ‘국민의료법’으로 불리다가 1962년 ‘의료법’으로 제명이 변경돼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다. 일제 잔재의 의료법이 70년째 존치된 셈이다. 오히려 일본은 1948년 의료법에서 간호법과 의사법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다.
전국 시도간호사회 대표로 발언에 나선 서울시간호사회 박인숙 회장은 “초고령사회와 만성질환관리 등 예견된 미래를 대비하려면 70년간 정체된 의료법에서 벗어나 간호·돌봄체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국회는 더 이상 직역 간의 갈등을 이유로 간호법 제정을 미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여야 대선후보 모두 ‘간호법 제정’ 의사를 밝힌 것과 “대선 전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국회 기자회견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박인숙 회장은 “법안심사소위 이후 50여 일간의 침묵 끝에 간호법 제정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면서 “국회의 본문을 망각하지 말고 간호법 제정을 바라는 염원의 목소리를 들어 조속히 움직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 간호대학생 대표로 나선 전국간호대학생 간호법비상대책본부 정책국 정다움 학생(고신대)도 “두 대선후보께서 간호법 제정에 앞장서주시고, 국회의원들께서도 대선 전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기자회견도 열었다”면서 “초고령사회, 만성질환자에 대한 건강관리와 돌봄 골든아워를 놓치지 않도록 반드시 대선 전에 간호법을 통과 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간호법이 없어 원치 않는 불법의료현장을 마주하고,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을 하고 싶지 않다”며 “나이팅게일 선서에 진실로 응답할 수 있게,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