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편집국]
[사진=홍기원 의원]
윤석열 대통령이 NAT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순방 당시 민간인 신 모 씨가 동행했고, 순방 일정에도 깊숙이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외교관 출신인 나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윤석열 대통령의 첫 외교행보가 대중·대러 외교 참사를 넘어서 아마추어적인 외교 행태를 대내외에 적나라하게 노출한 꼴이 됐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실은 신 모 씨가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영어에 능통하며, 국제행사 기획·주관도 했었다고 정당화한다. 아울러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어 대통령 부부의 의중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순방 준비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한다.
이는 국가 정상의 해외 순방을 바라보는 윤석열 정부의 인식이 매우 아마추어적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권한 없는 민간인 신 모 씨의 비선 논란은 접어 두겠다. 국가 정상의 해외 순방 일정은 방문국가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외교 경험이 축적된 현지 대사관, 외교부 의전부서와 방문국가 담당부서, 대통령실 의전팀 등 대통령의 대외 행사 전문인력이 다뤄야 하는 일이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행사는 일정과 동선, 세부 행사 내용까지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업무이다. 해외에 오래 살았다고, 영어에 능통하다고, 국제행사 경험이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아마 대통령실 내에서 정상외교를 아는 누군가가 신 모 씨의 순방 동행에 대해 사전에 문제제기를 했고 윗선에도 보고됐지만 묵살된 듯 하다. 외교부와 대통령실의 숱한 외교 인력을 두고 대통령의 일개 지인에게 정상 외교 업무를 맡기는 처사는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신 모 씨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진행된 동포 만찬간담회 등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 또한 윤석열 정부가 재외 동포사회와 국제 관계를 모르는 비전문가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다. 내가 외교관으로서 재외공관에서 근무했을 때 대통령의 재외동포 행사를 담당했었다. 재외동포 행사는 현지 동포사회, 우리나라와 해당국간 관계, 우리나라의 대외관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대통령의 생각과 취향을 잘 파악하여 행사를 준비하는 것도 외교부와 대통령실 담당자들의 기본 책무이다 . 사적으로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거나 단순히 행사 기획을 잘한다고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국가 정상의 외교행사는 개인 차원 또는 민간차원의 행사와는 성격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을 두고 감싸기 급급한 국민의힘의 태도도 문제다. 국제 행사 기획 전문성을 갖고 있기에 문제가 없다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국가 정상의 외교 일정을 민간의 국제 행사 정도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의 해외 순방이 일개 국제 행사로 폄훼 당하는 것에 국민의힘이 동의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단순히 외교 전략만 부재한 것이 아니라 ‘외교’ 그 자체가 없다. NATO 정상회의 참석으로 러시아와 중국에 대립적인 자세를 노골적으로 취하면서 ‘대중·대러 리스크’만 키운 것이 아니라 외교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국제무대 데뷔가 ‘아마추어’적인 모습으로 끝난 데 대해 국민적 우려가 깊다. 윤석열 정부는 국민의 걱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보다 준비된 외교를 펼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