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이건주 기자]
시각장애 기초생활수급자 모씨는 부양의무자도 없고, 왕래하는 친인척도 없다. 창문을 막아놓은 채 온종일 집안에만 있고,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해 영양부족 상태였다. 지난 12월 동네주무관과 복지통장이 손을 내밀었다. 타인이 집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처음에는 전화를 통해 목소리를 익숙하게 한 후 방문 빈도수를 높여 신뢰를 쌓았다. 안부 확인과 영양 보충을 위해 요구르트 배달을 시작했고, 시각장애인용 시계를 지원했다.
고시원 거주자 오씨는 과거 일용직 근로를 하며 생활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종, 어지러움, 호흡곤란으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었다. 수 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한 터라 병원 진료는 생각지도 못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고시원비가 계속 연체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고시원 업주가 동주민센터로 그의 사정을 알려왔다.
구청은 의료적‧경제적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 동 통합사례관리대상으로 선정해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쳤다. 방문간호사가 주기적으로 방문해 건강 체크를 하고, 보라매 병원 초기 진료비 지원 사업을 연계해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로 결정돼 생계‧주거‧의료급여 등을 지원받게 됐다.
구로구의 복지사각지대 발굴을 통한 중장년층 1인 가구 및 주거취약계층 전수 조사의 결실이다.
구로구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2월 28일까지 3개월간 복지사각지대 발굴 사업을 전개했다.
55~64세의 중장년층 1인 가구(3,360)와 여관, 찜질방, 고시원 등 임시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5,535) 등 8,895가구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진행했다.구로구는 이미 지난해 중장년층 1인 가구와 주거취약계층 전수 조사를 통해 각각 313가구, 427가구를 발굴한 바 있다. 그 당시 부재로 조사할 수 없었던 나머지 대상자들을 이번에 다시 조사한 것이다.
조사는 동네주무관과 복지통장이 각 가정을 직접 방문해 조사했다. 업주, 주민 등 민간의 다양한 자원들도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동참했다. 조사를 통해 구조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대상자들을 선정해 복지플래너가 2차 맞춤 상담을 시행했다.
이번 전수조사를 통해 어려움에 처한 444가구를 발굴하고 각 가정에 필요한 맞춤 지원을 펼쳤다. 239가구에 대해서는 맞춤형 복지급여와 긴급지원 등 공적급여 신청을, 205가구에 대해서는 후원금 등 민간자원 연계를 실시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방문 거부나 부재 가구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다”며 “우수 발굴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해 복지사각지대 발굴과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