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편집국]
[사진=송갑석 의원]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마지막으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습니다.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은 의심의 여지 없이 분명하고 무겁기에, 사퇴는 저에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결정입니다. 다시 한번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고개숙여 사과드립니다.
내일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있는 날입니다. 재판부에 마지막으로 호소드립니다. 검찰은 윤석열 정권 2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헌정사상 전례 없이 1개 지방검찰청 규모에 육박하는 대규모 수사팀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400회나 벌이며 대표 주변을 샅샅이 들쑤셨습니다. 누가 봐도 과도하고 악랄한 쌍끌이저인망식 수사로 대표 본인과 주변을 초토화시켰습니다.
이제 거의 모든 수사가 끝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입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2년 넘게 이어져온 검찰수사의 정치성, 부당성을 사법부 판단을 통해 분명하게 밝힘으로써 그 매듭을 끊으려는 뜻이 포함된 결과이지, 결코 구속영장 발부 자체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고 저는 이해합니다. 사법부도 국회 체포동의안 가결의 의미를 결코 오해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기나긴 시간에는 검찰의 일방적 독주만 있었습니다. 이제 이재명 대표에게도 그에 상응하게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 향후 재판 결과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도, 그리고 형사법의 기본 룰인 불구속수사의 원칙, 무기대등의 원칙 준수라는 관점에서도, 이재명 대표에게 불구속으로 재판받을 기회가 반드시 보장되기를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이제 본회의 표결 시간이 20시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아직까지 실낱같은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어떤 선택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외통수 길에 몰렸지만, 정치적 상상력과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작은 틈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표결 전날 의원총회에서 제가 했던 발언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의원들이 그 20시간의 마지막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분투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메말라버린 신뢰, 실종된 리더십, 빈약한 정치적 상상력 등 우리 당의 현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며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저의 실패였고 지도부의 실패였으며 168명 민주당 국회의원 모두의 실패였습니다.
모두가 실패한 자리에 성찰과 책임을 통한 수습과 모색은 처음부터 없었고 분노와 증오의 거친 말들만 난무하고 있습니다. 급기야 우리 당 국회의원들은 가결이냐, 부결이냐를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습니다. 증명하지 않는 자, 증명하지 못한 자, 증명이 불충분한 자의 정치생명을 끊는다고 합니다.
저는 자기증명을 거부합니다. 비루하고 야만적인 고백과 심판은 그나마 국민들에게 한 줌의 씨 종자처럼 남아있는 우리 당에 대한 기대와 믿음마저 날려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자기증명을 거부합니다. 그것이야말로 양심과 소신에 기반한 제 정치생명을 스스로 끊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차 묻는다면 저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양심과 소신에 따라, 민주당의 심장 호남의 국회의원으로서 국민과 당원,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습니다.
저는 지난 3월 31일 이 자리에서의 첫 발언에서 “드넓은 바다와 같은 민심을 정면으로 마주해야만 비로소 더불어민주당의 변화와 승리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다시 국민의 시간입니다. 지금 민주당은 미증유의 혼란과 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가 그 위기를 지혜롭게 이겨낸다면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국민이 판단할 것입니다. 68년 민주당 역사가 그러했습니다. 저는 다시 민심의 바다에서, 극단의 정치로부터 소외된 국민의 고단함과 불신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민주당을 다시 세우는 길에 당원 동지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3년 9월 25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송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