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이영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보고받은 내용에 따르면, 국세청은 직장 내 성폭력 문제 근절을 위한 18개 개선과제를 수립·시행하고, 여성인권진흥원이 시행하는 「성비위 방지 조직문화 진단」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기재위는 일단 국세청의 조치를 보고받기로 하고 국감 결과보고서만 의결했다. 2022년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지적하고 국세청에 대한 감사청구를 요구했던 장혜영 의원은 “직원의 죽음과 의원의 감사요구에도 아랑곳 않던 국세청이 뒤늦게 대응에 나선 것”이라며, “국세청의 후속대응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장혜영 의원]
국세청 직장 내 성폭력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난 2년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2021년 인천지역의 한 세무서 소속의 직장 내 성추행 피해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관련, 가해자-피해자 분리조치를 취하지 않은 등 국세청의 피해자 보호 조치가 극히 미흡했음이 국감에서 밝혀졌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듬해(2022년) 국감에서 국세청이 인천청 사건 후속대응에 아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이 또다시 드러나기도 했다.당시 김창기 국세청장을 대상으로 한 질의에서 장 의원은 “국세청이 성폭력 예방과 대처에 어떠한 의지도 보여주지 않았다”며, “국세청 전체 성폭력 문제와 후속대응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청할 것”이라 말했다.
국세청 직장 내 성폭력의 심각성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국세청 본청과 7개 지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8~2023년 1분기) 국세청 전체 조직을 통틀어 총 22건의 ‘성비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국감에서 발표된 13건(2018~2022년 2분기) 이래로 반년 사이에 9건이 늘어난 것이다. 또한 피해자 사망사건이 있었던 회식에서의 성추행은, 사건 이후에도 일곱 건이나 벌어져 조직문화 개선의 노력이 매우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장 의원은 올해 3월 22일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국세청에 대한 감사원 감사청구를 요청하였다. 당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은 국세청의 행태에 우려를 표하면서, 사건의 경과와 국세청의 재발방지 노력을 지켜보고 추후 감사청구에 대한 판단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국세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세청 보고 자료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직장 내 성비위 근절을 위해 ▲2차 가해 사전예방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 ▲관리자 인식개선 ▲고충상담원 자질 향상 ▲규정·제도 정비 등 5개 분야에 걸친 18개 개선과제를 수립했다. 그 세부내용 중에는 2차 가해성 탄원서 금지와 가해자·피해자 영구 분리조치 등의 내용이 수록되기도 했다. 이는 인천청 사건 당시 가해자·피해자 간 즉각적인 근무관서 분리가 이뤄지지 않았고, 다수 직원이 피해자를 두둔하는 탄원서를 작성하는 등 2차 가해가 만연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세청은 조직 내 성폭력 문제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논의를 반영하여, 최근 성비위 사건이 발생한 본청과 11개 관서를 대상으로 ‘성비위 방지 조직문화 진단’을 실시하기로 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여성인권진흥원이 진행하는 이 실태조사는 ▲성희롱 방지 및 대응체계 ▲성희롱 사건처리 과정 ▲성희롱 발생 맥락·양상 및 대처역량 등을 대상으로 하며, 올해 6~9월 중 진단을 완료해 조직문화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9월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국세청의 대응 경과에 대한 후속 보고를 요구하고 감사청구에 대한 판단은 보류했다. 장 의원은 “국세청이 조직 내 성폭력 근절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수립하고 이행하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감사원 감사는 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이어 ▲피해자 사망사건이라는 사건의 엄중성 ▲청장 차원의 사과 부재 ▲2차 피해를 야기한 감찰과가 대처를 주도해 책임 회피 ▲피해자에게 비밀서약서를 받는 매뉴얼은 피해자 보호를 빙자해 조직보호를 의도한 꼼수 ▲회식에서 반복적인 사건 발생 등을 고려할 때 외부기관의 감사가 있어야 했다고 본다. 장 의원은 “만시지탄이지만 앞으로도 국세청의 대책이 단발적인 구색 맞추기에 그치지 않도록 후속대응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