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이건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기획재정부 제출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른바 'K-칩스법*'에 따른 세금감면액이 올해 투자분만 하더라도 3조 5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해당 제도가 지속된다면 5년간 감면액은 15조 261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적 부진으로 깎아줄 법인세가 없더라도 세법상 해당 감면액은 10년간 이월공제된다. 이는 지난해 세법개정에 따른 5년간 법인세 감면예상액 34조 1000억원의 44.8%에 달하는 규모다.
[사진=장혜영 의원]
올해 9월까지 기획재정부는 4차례에 걸쳐 총 42건 32조 4075억원에 달하는 국가전략기술 시설 및 연구개발투자를 심의했다. 이 중 2022년 신청분은 11조 8714억원, 2023년 신청분은 19조 6859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반으로 2023년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감면액을 추산해보면 3조 522억원이 나온다. 5년이면 15조 2610억원이다. 공제율 6%가 적용되는 2022년분 세액공제액은 7236억원으로 추정된다.
이 금액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전략기술 신청은 반도체 부문에 압도적으로 몰렸다. 전체 신청의 97.4%인 31조 5573억원이 반도체 투자액이다. 기획재정부는 영업비밀을 이유로 기업별 신청액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반도체 시설투자가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기업이 감면혜택의 압도적 다수를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년간 삼성과 하이닉스가 낸 연간 법인세 평균납부액은 8조 9450억원인데,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감면액 3조 522억원은 이의 34.1%에 해당한다.
이렇게 연간 3조원 규모의 세금감면이 적용되면 삼성과 하이닉스는 항상 최저한세 수준(17%)의 세금을 내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법상 허용한 최대치의 감면이 적용된다는 의미다. 최저한세율이 적용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다수의 중소기업보다도 낮은 세율로 법인세를 내게 된다.
이러한 감면액 규모는 기재부의 추정값을 훨씬 웃돈다. 당초 기재부는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추가감면 규모를 연간 1조원으로 추산했다. 장 의원실이 추산한 실제 추가 감면 규모는 1조 4244억원에 이른다. 실제 감면액 규모가 기재부 추계의 1.4배다. 삼성과 하이닉스가 최저한세에 걸리면 이보다는 감면 규모가 줄어들기는 하겠으나 그럼에도 기재부의 예상은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장 의원은 법안 심사 과정에서 ‘K-칩스법’이 반도체산업 경쟁력과는 상관없는 반도체 대기업 특혜법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장 의원은 “반도체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현금이 많은 특정 기업에게 어차피 해야 하는 설비투자에 대해 이렇게 과도한 감면을 적용하는 게 온당한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라며 “조세제도의 형평성이 무너지고 지속적인 세수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러한 지나친 세액공제는 재계의 최저한세 폐지 요구를 촉발해 더 큰 감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