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이영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0일 조세소위와 전체회의를 열고 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여기에는 조세특례제한법상의 단순일몰연장 38건이 포함되어 있다. 내년도 국세감면율 법정한도가 2%이상 초과되었음에도 양당은 정부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사진=장혜영 의원]
이는 공개 회의 결과와는 상반되는 결정이다. 조세소위에서는 38건 단순일몰연장 모두 하나도 합의되지 않았다. 내년도 국세감면율 법정한도(14.0%)를 2.3% 초과한 조세지출 예산서가 제출된 상황에서 정부가 시행한 조세특례심층평가 등을 고려해 일몰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국세감면율 법정한도 초과와 세수 결손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조세지출의 유지 및 확대를 선택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3년 세법개정안 분석>에 따르면, 올해 정부제출 조세지출 건의 90.2%이 단순연장 및 확대안이며, 세법개정안 전체의 조세지출 감면액은 총 4.1조원에 달한다.
이런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김태년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강력하게 지적한 바 있으며, 여당인 국민의힘 류성걸 의원 등도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양당은 밀실협의 과정에서 이러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부 정부안에 따라 단순일몰연장을 결정했으며, 어떠한 제도개선 요구나 부대의견 첨부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형태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공개 토론이나 방침 변경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장 의원은 정부가 조세지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만든 장치인 조세특례심층평가를 정부 스스로 무시하는 점을 조세소위 및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지적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일몰건에 대해서 시행된 조세특례심층평가 중 <농업 · 임업 · 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제> 및 <일반택시 운송사업자의 부가가치세 납부세액 경감> 2건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및 장기적인 일몰 종료가 제안되었음에도, 제도개선 약속 또는 일몰연장 시점에 대한 판단 없이 단순일몰연장이 결정된 것에 항의했다.
해당 조세특례심층평가에 따르면, 농림어가 소득 보전이 필요하다고 해도 유류세를 매년 1조원씩이나 깎아주면서 지원하는 것은 즉각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하는 시점에서 정책 엇박자로밖에 볼 수 없으며, 실제로 소득향상에도 기여하지 못한다고 분석한다. 주유소들은 이중가격을 통해 면세에 따른 이득을 가로챈다는 조사 결과도 인용한다.
일반택시 운송사업자 부가가치세 납부연장 역시 심층평가 보고서는 운수종사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는 게 아니라 사업자들이 편의나 수당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부가세 인하분을 가져갈 수 있다는 점, 실제 제도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활용 폐자원에 대한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특례 같은 제도도 의도와는 상관없이 폐자원을 더 늘리는 경향이 있고 ‘폐지 줍는’ 저소득 노인이 아니라 부유한 폐기물 업체에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 의원은 “하나도 빠짐없이 정부안대로 조특법을 일몰연장 시켜준 것은 어떤 변명도 불가능한 심의 기능 와해”라고 지적한다. “거대양당은 공개회의에서는 재정건전성과 과도한 조세감면을 걱정하지만, 밀실협상에 들어가기만 하면 세금 포퓰리즘 정치에 여념이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