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이건주]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재판 중인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 그 기간 동안 공소시효를 정지하도록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정부안과 통합·조정한 법사위 대안으로 25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서영교 의원]
재판 중인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해외로 도피하더라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공소가 제기된 범죄가 판결 확정 없이 25년이 지나면 공소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보아 면소 판결이 내려진다. 면소란 형사소송 요건이 사라져 유·무죄의 판단 없이 재판을 종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현행법은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범죄자가 수사나 형 집행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도피할 경우에는 공소시효와 형집행시효가 정지돼 처벌을 피할 수 없도록 규정하면서도, 재판 중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해외로 도피하더라도 시효가 정지된다는 규정이 없어 재판 중 장기간 해외로 도피한 범인에 대한 처벌에 공백이 있었다.
지난 2007년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도 재판 중 병 치료 목적으로 출국했다가 남미 에콰도르로 도피했고, 2018년 현지에서 지병으로 사망한 바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5억 6000만원 상당의 사기 혐의를 받은 피고인이 공소가 제기된 직후 국외로 출국해 2020년까지 귀국하지 않았고, 결국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채 15년이라는 재판시효가 완성돼 대법원의 면소 판결이 내려졌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피고인의 해외 도피기간 동안 재판시효가 정지되고, 귀국 후 25년이 지나야 재판시효가 완성되게 된다. 아무리 오래 해외 도피를 하더라도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다.
또한 부칙을 추가하여 개정 규정 시행 전에 공소가 제기된 범죄로서 시행 당시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경우에도 적용하고, 개정안 시행 전에 피고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던 기간을 포함하도록 하여 법률적 공백을 메꿨다.
서 의원은 “범죄를 저지르고 재판 중 해외로 도주해 재판시효가 지날 때까지 호의호식하며 법망을 빠져나가는 범죄자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개정안 통과로 도피 경로 파악에 어려움을 겪어 공소시효가 만료될 때까지도 잡지 못했던 범죄자들을 끝까지 쫓아가 처벌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정안의 통과로 재판시효의 정지를 기대하고 악의적으로 재판 중 해외 도피를 시도하는 범죄자의 수를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재판 중 도피했다는 이유로 범죄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불합리한 결과가 나오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것을 사회에 알림으로써 범죄 예방의 효과도 기대된다.”고 법안 통과의 의미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