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닷컴=이미영]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이 27일 국세청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세목별 세수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56조4천억원의 역대급 세수펑크가 발행한 가운데 직장인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고용진 의원]
경기둔화와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나홀로 증가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천억원으로 1년 전 보다 51조8천억원 감소했다. 가장 많이 감소한 세목은 법인세로 1년 전 103.6조원 보다 23조2천억원 줄어들었다. 법인세는 경영실적을 토대로 신고‧납부하는 신고분과 법인이 지급받는 이자‧배당 소득 등에 대해 납부하는 원천분으로 나뉜다. 이 중 기업실적 악화의 영향으로 법인세 신고분은 1년 전 87조원 대비 26조6천억원 감소했다.
법인세 다음으로 감소 규모가 두드러진 세목은 소득세 중 양도소득세다. 양도소득세는 1년 전 대비 14조6천억원 줄어들었다. 전년동기 대비 45.3% 감소한 수치다. 법인세 신고분과 양도소득세 등 2개 세목이 41조2천억원, 전체 세수감소의 80%를 차지한다. 자영업자와 개인사업자 등에 부과되는 종합소득세는 23조7천억원으로 1년 전 보다 2조3천억원 감소했다.
부가세는 73조8천억원으로 1년 전 보다 7조8천억원 줄어들었다. 종합부동산세는 4조6천억원으로 1년 전 6조8천억원 보다 2조2천억원 감소했다. 2022년 통과시킨 종부세법 개정 등의 영향으로 종부세는 예산 5조7천억원 대비로도 1조1천억원 덜 걷혔다.
이렇게 모든 세목이 줄줄이 쪼그라드는데 유독 근로소득세만 늘고 있다. 직장인의 월급에 부과되는 근로소득세는 62조1천억원으로 1년 전 60조4천억원 보다 1조7천억원 늘어났다. 경기악화와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법인세, 양도세, 종합소득세 등은 줄줄이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나홀로 증가한 셈이다.
근로소득세는 2016년 30조원을 넘어선 이후 불과 6년 만인 2022년 6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 통계로는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59조1442억원으로 잡히지만, 국세청이 징수한 근로소득세는 62조700억원으로 집계된다. 2조9300억원 정도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가 국세청이 징수한 근로소득세에서 직장인에게 지급한 근로‧자녀장려금 지급액만큼 차감하여 근로소득세를 집계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국세청에서 징수한 근로소득세를 통계로 잡는 것이 맞다. 지난해 근로·자녀장려금은 5조2300억원이 지급되었는데, 이 중 근로소득세에서 2조9300억원, 종합소득세에서 2조3천억원이 지급되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2017년 35조1천억원 대비 27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국세 증가율 29.7% 보다 2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했다. 다른 세목보다 근로소득세의 증가 폭이 월등하게 큰 것이다. 이에 따라 전체 국세에서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3.2%에서 2023년 18%를 넘게 되었다.
한편, 올해부터는 법인세 등 정부의 감세정책 영향이 본격적으로 세수에 반영된다. 정부는 올해 국세수입을 작년 예산 대비 33조1천억원 감소한 367조4천억원으로 편성했다. 근로소득세는 작년 예산 대비 1조5천억원 늘어난 62조1천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근로‧자녀장려금 3조5천억원을 포함하면 정부는 올해 실제 근로소득세가 65조원 이상 걷힌다고 보는 셈이다. 반면 작년 기업실적 악화로 올해 법인세는 77조7천억원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국세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22년 26.2%에서 올해는 21.1%로 감소하게 된다.
고 의원은 “경기악화와 감세정책의 영향으로 법인세, 양도세, 부가세 등 세수가 줄줄이 쪼그라들었는데, 유리지갑인 직장인이 낸 세금만 증가했다”면서, “과세 속도에 정작 브레이크가 필요한 이들은 대기업이 아니라 직장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