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심각성 알리는 캠페인 -미투 운동의 법적 의미-

기사입력 2018.03.1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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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휴먼리더스=편집국/글 정재기 변호사]

요즘 사회 곳곳에서 자주 거론되는 ‘미투운동’은 SNS에 ‘나도 그렇다’는 뜻의 해시태그를 달아(#MeToo)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를 고백함으로써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입니다.

미국 헐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사건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2017년 10월 15일 처음 제안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지현 검사가 2018년 1월 29일 JTBC 뉴스룸에서 안태근 검사가 과거 자신에게 행한 성폭력에 대한 인터뷰를 하면서 본격적으로 미투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미투운동은 성범죄를 당한 당사자들이 ‘나도 피해자(MeToo)’라고 글을 써 주변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있는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성(性)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례들을 중심으로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사례1: 회사의 A사장은 B비서와 수차례 성관계를 가졌으며, B비서가 ‘이건 아닌 것 같다’고 거절하는 듯한 내색을 보이면 A사장은 ‘너보다 나은 비서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말대꾸하지 마라’며 불쾌해했습니다. 참다 못한 B비서는 A사장을 형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으로 고소하였습니다.

 

1. ‘업무상 위력’이란 무엇일까요?

대법원은 ‘위력’이란 피해자가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만드는 모든 힘으로 사회적·경제적·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합니다. 즉 위력에 의한 간음 및 추행은 상하가 뚜렷한 관계에서 상급자가 지위를 이용한 경우이며, 강간과 달리 폭행·협박이 없어도 적용됩니다.

 

상급자가 '이러면 (거부하면)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하거나 다른 불이익을 줄 것처럼 하면서 성관계를 맺었으면 지위를 이용해 위력으로 간음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하급자가 확실한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게 아니더라도 처벌될 수 있습니다. B비서가 “A사장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 얼마든지 자를 것처럼 이야기했다"라고 하였다면, 이는 유죄 입증의 정황이 될 수 있습니다.


2. 서로 좋아서 한 관계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상하관계나 갑을관계에서 신체 접촉이 이뤄졌다고 무조건 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을 하였음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둘이 좋아서 관계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은 사건 전후에 오간 문자메시지, 두 사람 행적, 주변인 진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만일 여성 하급자가 관계 직후 남성에게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다' 등 분명한 호감을 표하는 문자를 보냈다면 '위력에 의한 관계'로 보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관계 후에도 수영장·노래방·음식점 등을 며칠 동안 단둘이 다녔던 점이 드러나 강간죄 무죄가 선고된 사건도 있습니다.

 

B비서는 A사장에게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했는데, 사실이라면 이 역시 거부의 의사 표시로 볼 수 있습니다. A사장이 위 혐의를 벗으려면 둘 사이의 성관계가 ‘합의’하에 있었다는 점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즉, 만일 A사장이 “B비서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할 경우 사건은 진실공방으로 흐를 수 있습니다.

 

3. 성추행이나 성폭행 사실을 폭로했다가 이후 명예훼손죄나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나요?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따르면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나, 폭로로 인한 공익성이 크다고 보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권력을 가진 유명인의 성폭력 폭로는 면책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한 것은 법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형법 제156조의 무고죄에 해당하려면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경우’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기억 외에 다른 증거가 없더라도 무고죄로 받는 것은 아니며 거짓인 줄 분명히 알면서도 이야기를 꾸며냈다는 증거가 있어야 무고죄가 됩니다.

 

 

사례2: A군(당시 만 22세)과 B양(당시 만 12세)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나 사랑에 빠져 연애를 시작하였습니다. 1년 후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여 A군은 B양에게 성관계를 제외한 모든 스킨십을 하였고, 또 1년 후 A군과 B양은 성관계를 하였습니다. B양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이후 자신의 어머니에게 A군과 연인사이임을 고백하였고, 이에 화가 난 B양의 어머니는 A군을 고소하였습니다.

 

1.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또는 강제추행 등은 어떠한 법률이 적용되나요?

이는 행위 당시 미성년자의 나이에 따라 다릅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성폭법’이라고 합니다) 제7조는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므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는 성폭법이 적용됩니다.

 

또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라고 합니다) 제2조 제1호는 “‘아동·청소년’이란 19세 미만의 자를 말한다. 다만, 19세에 도달하는 연도의 1월 1일을 맞이한 자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에게는 아청법이 적용됩니다.

성인의 경우에는 특수강간, 친족 간의 강간 등은 별론으로 하고 일반적인 강간 또는 강제추행의 경우에는 「형법」 제297조 이하가 적용됩니다.


2.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처벌이 가능한가요?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는 2013. 6. 19. 폐지되었습니다.

2013. 6. 19.에 성폭법(법률 제11729호), 형법(법률 제11731호) 등의 개정으로 성범죄 관련 친고죄 조항은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따라서 2013년 6월 이전 성범죄는 고소가 없으면 공소시효 이내여도 처벌이 어렵지만, 2013년 6월 이후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합니다.


다만 성범죄의 고소기간은 형법상으로는 6개월이지만 성폭법상으로는 1년이 적용되므로, 친고죄 폐지 이전의 범행에 대해서는 1년 이내에 고소를 하여야 합니다.


3. 매우 오래 전 성범죄의 경우 공소시효가 만료되지는 않았나요?

10년이 지난 일이어도 '상습 강제추행'에 해당하면 처벌이 가능합니다.

상습 강제추행의 경우 마지막 행위종료일 이후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즉, 상습적으로 이뤄진 여러 차례 추행 중 한 번이라도 공소시효 이내에 있으면 그 이전 행위까지 모아서 처벌되며, 이 경우 친고죄에 해당하지 않아 고소기간 제한에도 걸리지 않습니다.


또한 미성년자의 경우 성폭법과 아청법에서 공소시효에 관한 특례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성폭법 제21조, 아청법 제20조에 따르면 “성폭력범죄로 피해를 당한 미성년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며(동조 제1항), “디엔에이(DNA)증거 등 그 죄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있는 때에는 공소시효가 10년 연장”되고(동조 제2항), 13세 미만의 사람 및 장애인의 경우 공소시효가 적용되지 않습니다(동조 제3항).


따라서 사건 당시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였던 경우는 공소시효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13세 이상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성년에 달한 날부터 공소시효가 진행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사례3: A부장은 유능하고 평소 다른 직원들과 잘 어울리지만, 술자리나 휴식시간에 야한 이야기와 음담패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는 합니다. 이에 불편함을 느끼는 다른 직원들도 있지만 어디서부터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지 애매하여 애써 참고 있습니다.

 

1. 성희롱의 판단기준이 무엇인가요? 

대법원은 성희롱의 판단기준에 대해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결정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즉, 쉽게 말하면 성희롱은 사회통념상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언어나 행동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음담패설, 농담,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와 평가, 성적인 사실에 대한 질문, 회식자리에서 술을 따르게 하는 행위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2. 그렇다면 성추행과 성희롱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성추행’이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고, ‘성희롱’이란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성적 굴욕감·수치심·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즉, 둘 다 상대방에게 성적 언동으로 수치심을 주는 행위이지만, 성추행은 성희롱에 비해 좀 더 노골적인 성적 의도를 갖고 적극적인 행동을 하여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성추행'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13세 미만 강제추행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내지 5000만원 벌금’에 해당하며, 성범죄로서 최소 20년간 신상 정보를 매년 등록해야 하는 등의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됩니다. 반면 ‘성희롱’은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지게 되지만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며, 남녀고용평등법,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3. 성희롱의 경우 어떻게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을까요?

성희롱이라고 판단되었을 경우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받은 피해자 혹은 법정대리인은 ‘가해자를 알게 된 날로부터 3년 내, 성희롱이 발생한 날로부터 10년 내’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정신적 손해를 포함한 어떠한 손해를 입은 사실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편집국 기자 infoj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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