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순리로 돌아가는 것이 보이는군요. 공영방송 MBC 장악 과정에서 정점을 찍은 인물, 김장겸, 결국 이사회와 주총을 통해 그에 대한 해임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계속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싸웠던 노조원들이 결국은 승리한 것입니다. 이제 이들이 다시 방송으로 복귀하면, 무한도전과 다른 프로그램들도 정상화되어 방송되겠지요. 아마 그동안 MBC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었던 수준높은 선곡의 음악 프로그램(?)을 듣지 못하는 이들만 조금 섭섭해 하겠군요. 그리고 일베류의 '또라이'들이나 극우충, 속칭 *도 모르는 것들이 보복 운운하겠지만, 사태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것이 보복이 아니라 '정상화'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을 터입니다. 귀 꽉 막힌 바보가 아닌 이상. 김장겸의 해임 소식을 전한 건 아이러니컬하게도... 배현진이었습니다. 같은 구성원들의 공영방송 회복 노력을 배신하고 사측에 투항했던 그녀의 운명도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무척 궁금합니다. 그녀의 거취를 바라보는 것도 이번 파업이 종결될 시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겠지요. 사필귀정입니다. 김장겸 같은 경우 해임 되기 전 스스로 사표를 내지 않았지요. 미리 사표를 냈으면 아마 김재철처럼 퇴직금 몇 억은 챙겨서 나갔을텐데. 아마 자기의 정치적 미래에 대해, 그가 받을 수도 있었던 퇴직금보다는 더 큰 자산이 있다고 믿은 모양인데, 자유한국당이 그를 중용할 거라는 이상한 발상을 한 모양인데, 그 집단이 그에게 그렇게 관대하게 자기들이 그나마 나눠먹을 수 있는 지역을 내 줄까요? 아마 어디 수도권에서 나가 자폭하는 폭탄으로 쓰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경상도도 이제는 경북 일부를 빼고는 만만치 않을 것이고, 그 당의 당내 경선은 말할 것도 없을 것 같고. 자기들의 극우적 목표를 위해 권력과 결탁하여 공영방송을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만드는 데 가장 앞장섰던 이들이 자기들이 한 짓에 대해 마땅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지요. PD수첩이란 멋진 시사 프로그램이 거의 해체 수준으로 난도질 당하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같은, 권력의 폐부를 캐 내는 시사프로그램들이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그 과정에서 쫓겨난 수많은 실력있는 언론인들이 겪어야 하는 아픔을 목도하면서, 언론학도였고 기자였던 저는 그들의 아픔에 절절히 공감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이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당장 최승호 PD, 정영하 PD 등이 복직할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용마 기자가 복직해 마이크를 잡는 것을 보고 싶습니다. 비록 지금 말기 복막암으로 투병하고 계신 이 분의 물리적 수명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아, 그래도 기적을 바랍니다), 만일 이용마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누구도 언론을 장악할 수 없다는, 공영방송은 국민의 것이라는 선언을 하는 방송을 한다면 그것은 아마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시는 방송을 특정한 권력에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 공영방송은 그 자체로서 공기(公器)임을 분명히 하는 메시지를 방송으로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은 대한민국의 방송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가 될 것 같습니다. 저들이 만들어 놓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바로잡고, 그 구성원들에게 자존감을 돌려줄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우리는 KBS와 YTN 등의 변화를 이뤄낼 수 있을 겁니다. 방송을 다시 공기로 만들어 준 촛불 혁명 참여 시민들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한때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오랜 언론학도로서, 감격의 눈물이 흐르는 순간입니다. 시애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