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의 암울한 외로움, 그들은 돌아가고 싶어 한다

기사입력 2018.06.16 21:36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유병규.jpg

유병규

 

 

우리 교인 중에 동남아에서 온 분이 있다.

15년 전에 한국으로 시집와 아들을 낳았다. 남편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후 딸과 함께 살고 있는 홀아비였다. 아들도 키워야 했고, 남편의 딸도 돌봐야 했다. 

 

말이 쉽사리 통하지 않았던 터라 딸에게 잘해주고 싶어도 그저 자기가 하고 싶다는 것 하도록 뒤에서 바라만 봐야 했다. 딸이 잘 커줘서 다행이었지만 대학도 안 가고 집에만 있다 걱정이라 했다. 아들은 이제 중학생이 되었는데 아직 키가 작아서 걱정이고 학원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간다고 푸념을 늘어놓는다.ᅠ

 

 

열심히 돈을 모아 작년에는 자기 명의로 집도 샀다. 직장도 다니면서 일도 계속하고 있다. 주변에 친구들도 많이 있고 주말이면 항상 그녀의 집은 친구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자기 나라로 돌아가려는 모양이다. 베트남으로 들어가는 한 분을 붙잡고 혹시 자리를 잡으면 자기에게 연락을 달라는 말을 엿들었다. 다시 돌아가고 싶구나 하는 그녀 마음의 깊은 소리가 들려왔다.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이곳은 아니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워낙 바지런하고 한국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그동안 참고 살아왔을 뿐이다. 내가 그녀의 고향 나라를 다녀보니 그 나라 사람들의 자존심이 꽤 강하다. 순해 보이나 자기들은 미국을 이긴 나라이고 한 번도 외침에 굴복하지 않은 나라라는 것을 은근히 자랑스럽게 여긴다. 지금은 우리들이 돈이 없어 너희들에게 잘해주나 우리가 잘 살게 되는 날 너희들은 국물도 없을 거야 하는 거 같다.ᅠ

 

그동안 그녀는 참아왔던 것이다. 남편도 착하고 딸도 말썽 안 부리고 아들도 잘 커주니 참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떤 문제만 있었으면 그냥 다른 이들처럼 도망쳤을지도 모른다. 착한 성격과 함께 자기 속에 흐르는 민족의 자존심이 더해져 그녀는 도망가기 싫었을 뿐이다.

temp_1526699884724.1361931239.jpeg

 

향수병, 자기가 있는 곳이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아니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행복, 자기가 있는 곳이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이 맞는다는 일치감에서 온다.

 

그녀에게는 병만 깊어지고 있지 행복은 사라져가고 있는 것이다. 재물이 많아지고 가정에 문제가 없고 평안하면 내가 내 고향에서 그래야 하는데 하는 막연한 기대감만 커지게 할 뿐이다.ᅠ

 

그럼 그녀가 자기가 돌아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문제는 해결될까?

 

그것도 문제가 있다. 남편도 따라가야 할 건데 그러면 이제 그녀가 지금 가지고 있는 병(?)을 그가 앓을 가망성이 크다. 아들도 거기 가서 잘 적응할지 문제고 그 나라는 영주권제도가 없는 나라이기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병역을 마쳐야 한다. 이제 성인이 되었지만 홀로 남겨질 딸도 걱정이다.

가고는 싶은데 갈 수는 없고, 그렇다고 안 가면 병만 깊어지는 상황이다.

 

 

내가 그녀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라 생각했다.

그녀와 그녀 아들을 보면 강조한다. 하나님 이라는 절대자를 빌어서 말이다.ᅠ

이 곳, 한국에 온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대가 여기 있는 이유는 절대자를 만나기 위한 그 분의 계획이었다고 힘주어 말한다. 가난한 집을 살리고 부모 봉양하기 위해 먼 나라로 시집온 게 아니고 한 가정을 살리고 그 가정의 가장 필요한 행복을 전달하러 온 복덩이라 자신을 축복하라 힘을 준다.

 

자기가 왜 이곳에 있는지 아는 날 병을 넘어서서 행복의 자리에 있게 되리라 믿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이, 마음의 큰 거리, 그렇게 메우지 않으면 가고 싶은 데로 가야할 것이고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상황을 정리해주기 보다 마음을 정리해주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라 생각하고 나는 계속 그 메시지를 강조할 것이다.

 

 

행복,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다. 가지는 것이라 배웠기에 없으면 빈곤하다 느끼고 불행하다 느낀다.

 

아니다. 행복은 자리의 문제다. 항상 자기가 있는 자리가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라 느껴 뭔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이방인들에게 나는 그리 말해주고 싶다.

‘그대가 있는 곳, 절대 이유가 있어 지금 있는 곳에 그대가 있다. 그대 여기서 행복하지 못하면 그대 가고 싶어 하는 곳에서도 행복 없다'

 

 

취재 홍경아

[김재현 기자 infojc@naver.com]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저작권자ⓒ정치닷컴 & jeongchi.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0
 
신문사소개 | 윤리강령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 | 독자권익보호위원회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 top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