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고 그리운 당신에게] 나의 아버지 그곳에선 일 적게 하시고 아프지 마시고 지내세요

기사입력 2019.03.0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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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변환]김선일 대표.jpg

[김선일 공감소통연구소 공동대표]

 

[정치닷컴=이건주]

그 곳에선 아프지 않고 잘 계시죠?

어느 바닷가 작은 시골마을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는 가족의 장남으로 동생들을 위해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일을 했지요. 젊은 시절 당신의 이웃집에서 하얀 피부의 한 여인을 만나게 됩니다. 우연히 친척집에 놀러 온 그 여인과 사랑에 빠진 둘은 혼전 임신을 하게 되었고, 부모님의 반대에도 같은 공간 한 이부자리에서 하루를 시작하며 열심히 새 보금자리도 일구며 성실하게 살아갑니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고 자녀들도 거의 성장할 무렵 그 남자는 바닷가 근처 항구에 마실 나갔다가 쓰러지게 됩니다. 급히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이게 웬일인가요? 더 이상의 말도 움직임도 알아볼 수도 없는 그냥 누워있는 상태가 되어 버립니다.

 

안타까움의 나날 이였고. 그 여인은 주름살이 하나씩 늘어가게 됩니다. 눈물은 이미 바른지 오래전이고 하늘이랑 땅이랑 붙었으면 좋겠다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네요. 그 심정을 눈으로 보지 않으면 상상이 잘 가질 않겠지요… 그 옆에 바로 그녀의 딸인 제가 보이네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저는 아버지의 소식에 일도 다 포기하고 내려가게 됩니다. 저라도 여인의 옆에서 함께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요.

 그 병중 생활을 하며 참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변을 보지 못해 직접 숙변을 제거 한 일, 하루에 한 번씩 침상에서 그를 목욕시킨 일들, 하루에도 몇 번씩 그의 상태를 점검하며 일어나 걸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재활을 받으러 다닌 일들.. 마지막 눈감으실 때 혼자 남겨질 그 여인을 바라보는 눈빛을 잊을 수 없네요. 희미한 눈동자가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움직이며 무언가 말을 하는 느낌 이였어요.


‘험한 세상 오래하지 못해 미안하다. 먼저 가서 있을 테니 천천히 더 있다 만나자. 미안하다.’라고. 그리고 살포시 눈을 감으시고 더 이상 우리는 그를 만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신 생일날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실 때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앙상해진 육체는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아직도 그 일들이 저에게는 오래 기억될 것이고 강한 경험이였고, 병중생활의 2년이 지금까지도 제가 살아가는데 버팀목을 준 계기가 됩니다.

 

여러분은 혹시 자신만의 힘들었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그 속에서 자신에게 무엇을 선물할 수 있었나요? 그것이 자신의 성장에 영향력을 주었다면 무엇인가요? 부정적인 경험도 긍정적인 경험도 어떤 일을 해 나갈 때 진정한 참 지식이 된다는 것을 한참 후에야 깨 닫습니다. 그 값진 나만의 경험은 나만이 가진 것이며 다른 누구도 아닙니다. 나다움 인간다움은 경험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자신에게 어떤 상황이 닥치면 인간은 자신만의 기준에서 열의 있는 행동을 촉진시킨다고 합니다. ‘이 정도 해낼 수 있지. 이것보다 힘든 것도 다 넘겼는데 할 수 있지. 누구보다 잘 할 수 있어!’ 라고 말이죠. 바로 해 낼 수 있는 동기부여의 자극적 힘은 직접 경험으로 인해 자신을 조각할 수 있었고, 학습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뛰어나더라도 인간다운 감성의 따스함이 전해지지 않는다면 목석과도 같을 겁니다. 사람냄새 나는 당신, 그리고 우리, 그 옆을 관심 있게 바라보며 마음으로 충분히 느껴 보십시요. 눈으로, 귀로, 코로, 피부로, 그리고 모든 감각을 깨워서 깊숙한 울림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잔잔한 마음에서 쿵쿵 당신을 탄산수처럼 깨우고 있을 겁니다. 기술과 가면이 아닌 인간의 본성으로 다가섬을 ..

 

늘 그 립습니다. 이번 명절에는 당신의 제사상에 손수 음식을 해서 올립니다. 그리고 당신의 묘에 고개 숙여 보고픈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인사드렸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픈 당신 나의 아빠 아버지 그곳에선 일 적게 하시고 더 웃으시고 아프지 마시고 지내세요. 자주 오겠습니다. 남은 가족들은 당신을 생각하며 당신을 만나길 바라며 자주 꿈속에서 뵙길 바랍니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라는 말이 있습니다. 된 사람. 바로 인간다운 사람의 본래의 성품이 따스한 온기로 많은 이들에게 향기를 주는 그 날은 오래오래 남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과 기본을 다시 생각해 봅니다.

[이건주 기자 infoj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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