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스토리] 북한산, 산방(山房)이야기- 나도 함께 꿈을 꾸네

기사입력 2019.03.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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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무공 스님.jpg

[사진=무공 스님]



[정치닷컴=심은영]

언덕 위에 꿈꾸는 몽우리,

나도 함께 꿈을 꾸네.

몽우리는 피지도 않았는데,

나만 먼저 피었다네.


눈이 부시게 반짝이던 북한산의 새하얀 눈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푸른 녹음이 벌써 번지기 시작하였다. 땅에서 아지랑이가 꿈틀대는 것을 보면서도 아직 새벽녘과 황혼이 질 때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면 봄이 온 것이 실감나진 않는다.

 

마치 겉은 봄과 같고 속은 아직 겨울과 같다. 흔히 어떤 사람을 보고 겉은 따뜻해보여도 속은 차가운 사람이라고 하듯 말이다. 산사의 기온은 지대가 높다보니 도심과 차이가 난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해가 뜰 때부터 오후 3시경까지는 따뜻함을 만끽할 수 있으나 3시가 지나면서 다시금 겨울을 맞이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항상 무상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이 참으로 부처님의 설법과도 같이 느껴진다. 무상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그것을 매일 같이 느끼게 해주고, 절실히 알게 해주는 것은 자연이 아닐까?

 

아직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 모르는 여러 야생화와 풀들이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을 미리 알고 싹을 틔우고, 봉오리를 맺고, 모습을 드러낼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고, 마음 또한 따뜻해진다. 자신의 할 일을 다 하고 미련 없이 땅속에서 생명력을 비축하고 있다가 다시금 그 아름다움을 보시하기 위해 봄이 되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야생화들을 보고 자비를 느끼게 된다. 산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야생화의 보시는 그들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보는 이로 하여금 가슴 설레게 하고, 아름답고 따뜻한 마음을 일으키게 한다.

 

[크기변환]야생화.jpg

[사진=무공스님. 북한산 야생화]

 

 

선한 마음은 바로 이러한 근본적인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마음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픈 심정 말이다. 야생화들의 자생력과 번식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언젠가 한 송이가 피어 있었는데, 몇 년 뒤 그 주변에는 야생화들로 가득하게 되는 것을 보고, 우리들의 선한 마음들도 이와 같이 번져나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들의 마음도 야생화처럼 선한 마음을 혼자만 일으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주변으로 확산시켜나간다면 어떨까! 가장 먼저 가까운 이로부터 멀리는 처음 만난 사람들까지도 말이다.


 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처음 만났어도 서로 인사를 하고 지나가게 되는데, 서로의 안전을 기원하고, 만나서 반갑고, 더 나아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미소로 답하게 된다. 이렇게 산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이지만 반갑게 인사하는 그 마음이 바로 선한 마음을 일으키는 시작이 되지 않을까! 선한 마음의 확장은 스스로가 먼저 시작하기에 따라 달라진다. 불교에서는 일체중생들에게 그 복을 회향한다. 모든 생명들에게 건강과 행복, 평온하기를, 그리고 일체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축원한다. 자연은 이렇게 세속의 일상 속에서 잊혀져있던 마음, 즉 사랑과 행복, 평온함 등의 선한 마음들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마치 겨울이 지나 봄이 찾아와 대지를 일깨우듯!

지금 대지는 동면에서 깨어났다. 산사의 새벽예불 소리가 잠을 깨우듯, 우리의 마음도 깨어날 때가 왔다. 우리의 마음에도 봄이 온 것 같다.

 

어떤 분이 찾아와 봄이 와서 마음에 바람이 들었다고 한다. 이 바람이라는 성질은 어디든지 가고 싶어 한다. 한 곳에 머물러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유롭다. 이분은 지금 떠나고 싶은 것이다. 어디든지, 목적지와는 상관없이 모든 관계에서 자유롭고 싶어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이렇게 바람 따라 산으로 올라왔나보다. 바람이 들었으니 바람처럼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단지 그 바람을 잘 지켜보면서 따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디로 가는지 모른 채 끌려가기만 하므로 판단력을 잃어버려 그 또한 나에게 자유롭지 못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좋아하는 일도 직업이 되면 고통스럽다는 말이 있듯이 어떤 일이든지 욕심이 나고, 의도가 생기고, 집착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자유롭기 위한 그 일이 곧 나를 속박하게 되는 것이다.

 

산사에서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되 그것을 잘 관찰하고 지켜보며 매 순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의 힘에 매몰되어 살아가기가 어려워진다. 매일 저녁 체크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날씨!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천둥번개가 치는지, 항시 체크를 하고 미리 대비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자연을 관찰하다보면 어느덧 나의 마음을 관찰하게 된다. 모든 것은 나의 마음에 빗대어 보는 것이다. 그냥 보는 법이 없다. 그러기에 같은 것을 바라보지만 모두 다르게 느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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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청학사]

 

대상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것은 곧 나의 감정과 생각이다. 마치 그 대상이 정말 그러한 것처럼 스스로가 단정 지을 뿐이다. 이것은 진실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계속해서 그것을 생각하다보면 진실과는 상관없이 진실인 것처럼 되어 있다. 계속 반복되는 생각이 곧 현실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상상만으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실제인 것과 같이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고, 싫어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기분이 불쾌한 것과 같다. 그렇기에 어떤 대상을 볼 때에는 먼저 자신의 마음을 보아야 한다. 그 마음을 면밀히 관찰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그 피해를 볼 것이다. 마치 날씨를 잘 살펴보지 않아 피해를 입는 것처럼······.

 

언덕 위에 꿈을 꾸고 있는 몽우리(꽃망울)를 보면서 피어날 꽃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분명 몽우리를 보았는데 왜 나는 벌써 꽃을 떠올렸는지 모르지만 내 마음이 급한가보다. 그러고 보니 벌써 하루가 지나가고 나를 차분하게 하는 어둠이 찾아왔다. 급한 마음을 달래주는 이 어둠도 어김없이 지나가고 아침이 찾아 올 것이다. 내일 아침이면 나의 몽우리를 터뜨릴 수 있을까? 


몽우리가 꽃이 필 때 쯤 나의 꽃도 함께 피어나기를!

[심은영 기자 infoj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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