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하는 기재부 지침

기사입력 2022.11.02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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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이건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8월 고용노동부에 건네 논란이 되었던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는 개정안 의견서를 제출받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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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장혜영 의원]
기재부는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서가 기재부의 의견이 아니라 실무 차원에서 자체수행한 용역보고문의 단순요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으나, 해당 문서를 검토한 결과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으며 기재부는 자신들의 의견을 개정안에 반영할 계획이 있음을 적시했다. 장 의원은 “국정감사 허위진술 및 근거 없는 자료제출 거부행위에 기재부와 추경호 부총리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장 의원의 질의에 대해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성창훈 기재부 경제구조개혁국장은 ①부서에서 실무적인 차원에서 의견교환을 한 것, ②본 문건은 기획재정부의 의견이 아니며 수행한 용역을 그대로 단순요약한 것, ③고용노동부가 제출한 기재부 문건에 대한 입장문과 용역보고서 원문의 법안개정 의견이 차이가 있는 이유는 노동부가 문서를 옮기는 과정에서 달라졌을 것이고 ④중대재해처벌법을 형해화시키려는 시도는 아니며 ⑤해당 문서는 실무 차원에서 작성된 문서이므로 제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문건을 살펴보니,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형해화하는 기획재정부의 개정안 의견서였다. 본 문건의 제목부터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방향>으로 기획재정부의 의견서 형식을 띄고 있다. 시행령과 법안의 개정사항이 대조표를 통해 제시되어 있으며, 수행한 용역*을 전혀 언급하지도 않고 특정 보고서의 요약문이라는 내용 역시 없다. 
 
결정적으로 용역보고서와 문건의 개정안에는 내용상 큰 차이가 있어 요약으로 볼 수 없다. 용역보고서에는 존재하지 않는 형사처벌 규정 삭제나 사무직 사업장을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문건에 포함되어 있다. 즉 노동부가 문건을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 아닌 것이다. 문건의 말미에는 ‘향후계획’항목이 있는데 여기에는 “고용부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이전 우리부 개정의견 반영”, “고용부 등 소관부처와 협의를 통해 시행령 개정안에 우리부 의견 반영”이라고 명기되어 있어 기획재정부의 입장임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장 의원은 기재부가 제시한 안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요구사항 절반을 수용하고, 기업에 더 유리한 요소들도 있다. 형사처벌 삭제나 경제벌 전환은 경총과 전경련조차도 기대하지 않았던 파격적인 안이다. 
 
최고안전담당자(CSO)도 경영책임자로 보는 규정은 총수를 처벌에서 쉽게 면제시키는 길을 열어 준다. 시행령 개정도 사업자 안전확보의무를 대폭 축소하고 원청의 책임범위를 완화하고 적용 법률도 제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도 법안 부칙 개정을 통해 유예할 것을 주장한다.

장 의원은 타부처 소관 쟁점법안에 대한 파격적 개정의견이 국장 선에서 작성되어 전달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추경호 부총리는 국정감사에서 입법예고 전이라도 부처간 실무선 의견교환이 있을 수 있다며 본인은 알지 못한 일이라고 주장했으나, 쟁점법안에 대한 부처의 공식 의견을 장관이 인지하지 못한 채 전달되었다는 점에서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이다. 추 부총리는 여러 차례 공식석상에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언급했고, 기재부가 참여하는 경제형벌 TF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법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국정감사 당시 장 의원은 시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법률을 무력화하기 위해 소관부처도 아닌 기재부 관료들이 뒤에서 움직여 노동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획재정부는 당시 문건이라도 제출하라는 요구도 거절했다. 이는 국회증인감정법에 따라 상임위원회에서 제출이 의결된 자료로,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전에 제출되었어야 하나 국정감사 일정이 모두 종료된 11월 1일에야 입수할 수 있었다. 이는 법적 근거 없는 제출거부로, 국회증인감정법 4조의2에 따라 징계와 해명을 요구할 수 있다.

장 의원은 “해당 문건이 기획재정부의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의견임이 명백한데도, 기재부의 입장이 아니고 용역보고서의 단순요약에 불과하다는 허위진술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기재부의 개정안으로는 편의를 위해 기계에서 보호덮개를 떼어냈다 끼임사망사고가 벌어진 SPC 계열사 제빵공장조차도 처벌을 간단히 피해갈 수 있다”며 “기재부는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주 기자 infoj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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