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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용산구청]
[정치닷컴=심은영]
서울 용산구는 오래된 도시다. 조선시대 성저십리(한성부 도성으로부터 4km 이내 지역) 일부로 전국 8도 조운선이 모여들었던 수운(水運)의 중심지였다. 구한말에 이르러 한반도 지정학적 중심으로 떠올랐고 대한제국의 국가 공업지대에서 일제시기 군 기지로 변화를 거듭했다.
서울 용산구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지역 내 문화유산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한다.내년까지 근현대 역사문화명소 100곳을 선정, 안내판을 세우고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탐방 코스로 이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문화유산 가운데 현재 아무런 안내판도 세워지지 않은 곳으로는 ▲건국실천원양성소터(원효로2가 73) ▲김상옥 의사 항거터(후암동 304) ▲경천애인사터(한강대로62다길 17-5) ▲대한제국 평식원 도량형 제조서터(원효로1가 25) ▲경성전기주식회사 용산출장소터(한강대로 160) ▲함석헌 선생 옛집터(원효로4가 70) 등이 있다.
건국실천원양성소는 백범 김구 선생이 1947년 3월 20일 설립한 고급 인재양성 기관이다. 일제가 세웠던 옛 서본원사(西本願寺) 건물에 강의실을 두고 조소앙, 신익희, 양주동, 정인보 등 각계 유력 인사를 초청, 학생들을 가르쳤다. 9기에 걸쳐 수료생 900여명을 배출했으나 백범이 암살된 후 1949년 말 해체되고 만다.
김상옥 의사 항거터는 김 의사의 매부 고봉근이 살았던 곳이다. 의열단원이었던 김 의사가 1923년 1월 12일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뒤 추적해 온 일본 경찰과 이곳에서 ‘삼판통(지금의 후암동) 총격전’을 벌였다. 김 의사는 왕십리 방향으로 피신했고 1월 22일 효제동에서 총격전 끝에 순국했다.
구가 지역 내 문화유산 찾기에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용산구 문화재’(2012), ‘용산의 역사를 찾아서(2014)’, ‘용산을 그리다(2015)’, ‘용산기지 내 사라진 둔지미 옛 마을의 역사를 찾아서(2017)’, ‘역사문화도시 용산 길라잡이(2018)’ 등 관련 서적을 여러 차례 발간, 자료를 업데이트 해 왔다.
이번 명소 100선 안내판 설치는 그간의 성과를 종합·정리하는 과정이다. 사업 결과는 별도 책자로 만들고 주제별 탐방코스도 개발한다. 내년에 답사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용산 역사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내판 설치는 구 향토문화재보호위원회 심의와 국립국어원 감수를 거쳐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구는 내달 11일 임정 수립 100주년을 기념, 건실터 인근 보도에 시범적으로 건실 안내판을 설치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