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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김규남 박사]
기원전 221년 중국의 진왕 정(政)은 대륙을 통일하고 자신을 시황제(始皇帝)라고 칭했다. 진시황(秦始皇)은 재위10년 기간 동안 만리장성과 아방궁의 건설, 자신의 사후 궁전인 병마용갱(兵馬俑坑) 축성 등 많은 토목 공사를 벌였다. 또한 분서갱유로 악명을 떨치며 불사(不死)를 추구했지만 결국 다섯 번째 순행 길에서 객사했다.
환관 조고(趙高)와 승상 이사(李斯)는 권력의 라이벌 이었으나 진시황의 죽음을 감추고 권력을 공유하기 위한 조고의 음모에 이사가 결탁했다. 당시 진시황의 유언은 황위를 태자 부소(扶蘇)에게 물려주려고 하였으나 이 둘은 유서를 조작하고 현명한 태자 부소를 자결하도록 사주하였다.
그 이후 자연스럽게 멍청한 둘째 호해(胡亥)를 옹립하며 부소를 따르던 공신들을 무자비하게 도륙한 이후에야 결국, 호해는 진나라 2세 황제로 등극했다. 진시황본기에 의하면 공짜로 권력을 세습하고 황제로 등극한 호해 는‘황제란 눈과 귀, 그리고 마음과 뜻이 가는대로 할 수 있다는 사람이다’라면서 아비, 진시황이 추진하던 대형공사가 미처 끝나지 않았는데도 다시 아방궁 이전 계획을 추진하려 하였다. 이에 많은 신하들이 안된다 고 만류하자 호해는“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은 내 맘대로 할 수 있기 때문 이다. 내 맘대로 하겠다는 데 무슨 말이냐.” 라고 했다.
공사의 진행 여부를 떠나 후일 사마천은 호혜가 한 말에 대하여 인두축명(人頭畜鳴)이라고 했다. 즉, '사람의 머리를 가지고 짐승 소리를 낸다'는 뜻으로 옳고 그름이나 나쁜 것을 분별하지도 못하면서 그저 입으로 소리만 지르는 꼴을 비유하였다.
입으로 내뱉는다고 전부 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머리(人頭)를 가지고 있으면, 사람의 소리(人鳴)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도 때로는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람의 소리가 아닌 짐승의 소리가 들린다. 그들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어 거짓이 판을 치고, 일부 패거리는 그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동원된 무지 몽매한 떼거리들은 즐기고 있다. 한편, 그럼에도 침묵하는 군상(群像)들은 사람의 입으로 짐승의 소리를 내고 싶지 않음이리라.
결국, 권력이란 부모와 자식 간에도 나눠가질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이사는 조고의 손에, 조고는 항우의 손에 죽으며 둘의 공생관계는 끝이 난다. 또한 짐승의 소리를 내던 진나라 2세 황제 호해의 제위(BC 210BC 207)는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황제가 되지 말았어야 할 호해와, 황제가 되었어야 할 부소를 회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