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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심은영편집기자]
바람을 타고 내려오는 향기
버선발로 뛰어 내려오듯
라일락 향기가 나를 반겨주네.
향기가 나의 몸과 마음을
살며시 스치고 지나가니
덕의 향기로 가득하네.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니
라일락 향기가 진동하고
우리의 마음도 덕향으로 가득하네.
[사진=정무공 스님]
5월의 향기는 바람을 타고 찾아왔다. 걸을 때 마다 라일락향기가 진동을 하고 코끝을 자극한다.
아름다운 향기는 바람을 타고 계단을 걸을 때면 라일락이 피어있는 곳까지 걸어가기도 전에 내려와 우리를 맞이한다. 그럴 때면 내가 손님이 된 것 같아 괜히 기분이 좋다.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면 버선발로 나와 반겨주던 우리의 옛 문화를 지금도 자연은 손수 실천하고 있는 듯하다. 라일락의 꽃향기를 맡으며 라일락을 심었던 분의 정성어린 마음과 간절함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위한 그 마음이 꽃향기를 타고 전해져 마음을 울리니 그 향기가 더욱 진한 것 같다. 그 향기는 무엇을 전하기 위해 이리도 진하게 멀리까지 퍼져나가는가?
[사진=정무공 스님]
사물에도 향기가 있고, 생물인 동물과 식물에게도 향기가 있고 당연히 사람들에게도 각자의 향기가 있다.
먼저 사물의 향기란 특유의 각각이 가지고 있는 향기가 있을 것이며, 또한 쓰는 사람에 따라서 그 물건의 가치가 향기로써 전해지기도 한다. 오래된 물건이라던가, 의미 있는 물건의 경우 더욱 그러하다. 누가 한가지쯤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나도 의미 있고 소중한 염주가 두 개가 있다.
그것은 처음 출가를 하여 머리를 깎고 받은 것과 선배스님이 준 기도할 때 쓰던 나의 가장 소중한 염주가 하나 있다. 이 두 가지는 항상 잘 보관하여 놓아둔다. 그리곤 가끔씩 생각이 날 때 들여다보며 그 시절의 추억에 잠시 빠져들곤 한다. 이렇게 사물에도 사물이 가지고 있는 의미의 향기가 있다.
그리고 동물들에게도 향기가 있다. 우리 절에는 3마리의 강아지가 있는데, 이 친구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바로 냄새 맡기이다. 언제나 채취를 통해 교감을 한다. 한 친구는 자신의 몸을 계속 나에게 비비며 고양이처럼 자기를 만져달라고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나의 옷에 털과 냄새가 묻곤 한다.
강아지들마다 특유의 냄새가 있어 서로 다른 향을 느낄 수 있다. 3마리의 강아지도 모두 다르다.
아무리 냄새가 안 난다고 하여도 밖에 있다가 개를 키우는 집안으로 들어가면 그 특유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식물 또한 이와 같다. 식물은 무향도 있지만 특유의 향이 연한 것부터 진한 것까지 여러 가지 향들을 내뿜고 있다. 특히 난의 경우 어떤 사람은 향기를 맡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미세한 향기까지도 맡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꽃은 향기를 내어 그 주위에 가게 되면 어김없이 향기를 맡을 수 있다. 특히 목련꽃과 라일락 꽃향기는 길가를 향기롭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향기다. 사람에게도 저마다 향기가 다르다. 여러분은 어떤 향기가 나나요?
주위의 사람들은 어떤 향기를 내고 있나요? 지금 한번 느껴보세요. 어떤 향이 나는지 눈을 감고 나를 느껴보고, 주위의 사람들을 느껴보세요.
어떤 향기가 나는 사람인지 느껴지시나요? 사람의 향기란 바로 그 사람의 말과 행동 그리고 마음이다.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그것은 마음이다. 말과 행동은 마음의 일어남에 따라서 나타난다. 마음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떤 행동이나 말로 표현되지 않을 것이다.
마음 없이는 어떤 것도 그냥 일어나는 법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바로 마음이 곧 향기이다. 이 향기는 꽃의 향기와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꽃향기는 바람을 따라 흘러가지만, 마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는 것이다. 다음의 구절이 바로 법구경의 화향품의 한 구절이다.
[사진=정무공 스님]
花香不逆風 芙蓉檀香 德香逆風薰 德人聞香
“꽃향기는 바람을 거스르지 못한다. 연꽃도 전단나무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덕 있는 사람이 풍기는 덕향은 바람을 거슬러 어디서든 들려온다."
불교에서는 본래 계향(戒香), 정향(定香), 혜향(慧香), 해탈향(解脫香), 해탈지견향(解脫知見香)이라고 하여 5가지 향은 곧 부처님을 뜻하며 부처님께 향을 올리고 예를 표하는 것을 오분향례라고 한다.
계향이란 계를 지킴으로써 탐(貪)심을 여의고, 정향이란 마음의 선정으로 진(瞋)심을 여의고, 혜향이란 바른 지혜로써 치(痴)심을 여의고, 해탈향이란 탐진치 삼독을 여의어 윤회를 벗어나 깨달음의 세계를, 해탈지견향이란 탐진치 삼독의 속박에서 벗어나 해탈한 것을 명확히 알고 보는 것의 향기를 뜻한다.
이처럼 덕이 있는 사람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어디든지 가며, 어디에서든지 알 수가 있는 것이다. 덕향은 사람과 사람의 사이에서 전해지며, 지금처럼 신문이나, 대중매체,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로 알려진다.
지금과 같은 세상에서는 덕의 향기를 풍기는 사람은 금방 알려지고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전해져 알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다들 그 사람의 이야기를 공통의 주제로 한마디씩 이야기하기 마련이다.
강원도에 산불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을 때 기부금을 내신 분들의 이야기는 하루도 지나기 전에 검색엔진의 홈페이지 메인에 자리하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예전에는 이처럼 빠르지는 않았지만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퍼졌으며, 글로써 기록을 통해 전해졌다. 또한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와 성인들의 가르침을 배우며 존경하고 예를 올리기도 한다.
그분들의 향기는 몇 천 년이 지나도록 지금까지도 흐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전해질 것이다. 꽃향기는 꽃이 지면 사라지지만 덕의 향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의 향기는 두고두고 전해진다. 특히 어떤 사람의 은혜를 입거나 감사한 일들을 겪는다면 그 향기는 우리의 삶에 있어 소중한 기억으로 잊혀지지 않는다.
삶에 있어 이러한 일들은 오래도록 기억되며 그 향기를 그리워하고 또 그 향기를 서로 공유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러한 향기를 내기위해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한 존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한사람의 덕향을 통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덕향을 주는 존재로 탈바꿈하게 되는 순간 우리의 삶은 달라지게 된다. 덕향을 받는 사람에서 덕향을 주는 사람으로 우리의 삶을 만들어 간다면 우리 주위는 계의 향기, 선정의 향기, 지혜의 향기로 가득할 것이다.
[사진=정무공 스님]
이제 꽃은 하루가 다르게 지고 있으며, 그 향기 또한 그와 같다. 꽃이 없으면 향기도 없다. 꽃은 그렇게 자취를 남기지 않고 다음해를 기약하며 언제 있었냐는 듯 사라져 버린다.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이 우리의 마음과 같다.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아주 강하게 일어나기도 했다가 어쩔 때는 일어났는지, 일어나지 않았는지 모를 때도 있다.
그러나 반드시 일어난 것은 머물러 있다가 서서히 변하여 사라진다.
향기가 느껴지지 않을 때면 어김없이 꽃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마음을 알아차릴 때면 이미 사라지고 없는 것처럼.
그것은 일어난 순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항상 뒤늦게 알아차려보면 이미 일어나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다. 그렇게 우리는 후회를 하며 살아간다.
이제 우리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림 하자. 지금 내 마음에 어떤 것이 일어나는지, 어떤 감정, 생각, 갈망이 일어나는지 알아차려보자. 그것이 곧 나의 향기이다.
나의 말과 행동으로 이어질 나의 마음을 어떤 향기로 만들어 갈 것인지 숙고해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의 아름다운 향기를 바람을 거슬러 널리 퍼뜨려보자!
[사진=정무공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