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에게 배운다

-명태의 화려한 변신-
기사입력 2018.03.14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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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김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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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두고 뫼(山)로 갈까?”, 편한 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편한 길을 택한다는 말이다. 강원도 홍천을 지나 인제를 거쳐 속초와 고성으로 가는 여정을 떠올리면 ‘구불구불’한 길이 연상되었지만 요즘은 그 말도 옛말이다. 2006년 5월에 미시령터널이 개통되고, 2017년 6월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용대리 일대는 동해안을 거쳐 가던 길이 이제는 지나면서 바라보는 길이 되었다.

 

 

지난주에는 봄이 오는 강원도로 길을 떠났다. 으레 가던 고속도로를 피해 내비게이션도 끄고 옛 기억을 더듬어 인제에서 46번 국도를 향했다. ‘용대리. 언제부터인가 이 길을 지나다 보면 황태덕장은 새로운 볼거리였다. 식당 앞으로 길게 늘어선 차량들과 구수한 냄새로 길손을 잡던 황태요리는 최고의 먹거리였다.

 

 

용대리는 우리나라 황태의 약 80%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한 마리의 좋은 황태를 만들기까지 눈과 추위와 바람의 조화가 필요하며 준비과정도 필요하다. 봄에 캄차카 반도 인근 해역에서 잡은 명태는 동해안 지역에서 손질하여 급랭, 보관하다가 그해 12월이 되어 영하 10℃ 이하 기온이 지속되면 덕장에 내걸어 1~2월에는 눈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반복하다가, 3월의 바람이 말려주면 명태는 질 좋은 황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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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의 화려한 변신을 보며 명태만큼 많은 이름을 가진 물고기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명태(明太)를 먹으면 눈이 밝아진다고 해서 명태고 불렀다는 주장과 명태의 간으로 기름을 짜 등불을 밝히기도 해 명태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하지만 보다 통설로 여겨지는 것은 밝다는 의미와는 상관이 없이 함경북도 명천군에 사는 태씨 성의 어부가 처음 잡아서 지명과 어부의 성을 따와 명태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사실관계를 떠나 명태는 대구과에 속하며 한국 동해와 일본 러시아 해역에서 서식하는 한류성 어종이다.

 

 

명태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이렇게 다른 이름으로 불려지는데 잡는 시기에 따라 봄에 잡히면 춘태, 가을에 잡히는 추태, 겨울에 잡히는 동태, 잡은 장소에 따라 원양에서 잡히는 원양태, 근해에서 잡히는 지방태, 강원도에서 잡히는 강태, 잡는 방법에 따라 낚시로 잡는 조태와 그물로 잡는 망태라고 한다.

 

또한 건조 여부에 따라 잡은 그대로는 생태, 잡아서 얼리면 동태, 어린 명태를 말리면 노가리, 반 건조시키면 코다리, 완전히 건조시키면 건태(북어),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수분이 제거되어 살색이 황색으로 변하면 황태, 날씨가 너무 풀려 황태가 되지 못하면 먹태, 너무 추워 얼어버리면 백태, 몸뚱이가 부서져버리면 파태라고 한다.

 

 

한때 드넓은 바다를 가르며 거침이 없었을 텐데 알은 명란젓, 내장은 '창난젓', 아가미는 '명태 아가미 젓'이 되어 모두 내어준다. 어쩌면 보릿고개를 넘고 산업화 시대를 몸으로 맞선 우리네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력처럼 모두 내어주는 명태에게서 또 하나를 배운다.

 

이제 3월의 덕장, 황태 걷힌 자리에는 봄이 걸리고, 모진 세월 견뎌낸 명태는 환골탈태하여 새로운 이름으로 우리의 밥상을 소담히 차려주리라.

[김규남 기자 infoj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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