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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닷컴=이영호]
국토교통위원회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에 대해 “다자 외교무대 데뷔전의 성적표는 초라하고 향후 외교 행보에 대한 걱정만 키웠다”고 비판하며 “윤석열 정부는 ‘한국 정상 최초로 NATO의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한다고 애써 의미를 부여했지만 정작 실속은 없고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를 면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사진=홍기원 의원]
미국과 유럽 중심의 집단안보체제인 NATO는 이번 회담의 핵심목표를 ‘중국·러시아에 대한 포위·견제’로 설정했다. 애당초 전문가들이 윤 대통령의 이번 NATO 정상회의 참석을 두고 우려를 제기했던 이유다. NATO는 이번 회의를 통해 새로운 전략 개념으로 “중국이 우리의 이익과 안보, 가치에 도전하는 강압적인 정책과 야망을 천명한다”라고 중국을 최초로 명시하였으며, 과거 ‘전략적 파트너’로 규정됐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으로 재규정했다.
홍 의원은 “중국과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중요한 대외 파트너로서 대다수 우리 대기업들이 양국에서 활동하고 있고, 무역과 투자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정부는 이번 정상회의 성과로 ‘북한 비핵화 국제공조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북핵 문제 해결에 긴요한 ‘유엔 대북제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없으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은 현 정부의 국제관계와 외교에 대한 인식이 일천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NATO 회의 참석으로 우리가 노골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에 대립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이들 국가들과 외교적 부담만 커졌다”고 비판했다.
이번 나토 정삼회담 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의 면담을 위해 면담 장소에서 대기했으나, 앞서 열린 회담이 길어져 30분 정도 사무총장을 기다리다 발길을 돌렸다. 또한, 예정되어 있던 핀란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도 갑작스럽게 취소됐다. 이를 두고 이번 순방에서 외교나 의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는 지난 문재인 정부와 큰 대조를 이룬다. 윤석열 정부는 NATO 정상회의 직전에 독일에서 개최된 G7 회의 참석을 위해 외교라인까지 총동원했으나 결국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문 정부는 G7에 2년 연속 초청받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보리스 총리가 두 차례 서한과 전화 등을 통해 한국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G7 회담에서 한국이 보건, 기후변화 등 글로벌 현안 해결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달라진 국제적 위상을 느낄 수 있었던 것과 차이가 있다.
홍 의원은 “미·중간 전략경쟁 심화에 따라 우리나라의 입장이 어려워지고 있고, 사드 배치와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정서가 악화된 것이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중국은 여전히 우리에게 중요한 국가이기에 향후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국과의 관계를 주도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은 우리 수출의 25%, 홍콩 경유분까지 포함하면 30% 정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며 미국과 일본에 대한 수출합계 보다 많고 1992년 한중 수교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매년 크게 흑자를 낸 효자시장”이라며, “1998년 IMF 위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조기 극복도 옆에 중국시장이 있어 가능했다”고 평가했다.
현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서 홍기원 의원은 “4대 강국에 둘러싸여 있고 북핵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외교안보정책은 국민의 생존이 걸린 일”이라며 “외교부, 국가안보실, 국정원의 핵심 지휘부가 이명박 정부 때보다도 심하게 ‘대미 라인’ 일색인 현 정부의 외교안보팀 구성에 걱정이 크다”고 지적했다.